그 날 밤
귀뚜라미 설게 울던 밤이었다
동네 개들이 짖어대기 시작했다
멀리서 달려오는 어지러운 발자국소리
차츰 고샅길이 시끄러워졌다
발자국소리는 우리 집 마당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네 이년 이리 나와!
숨이 꽉 막혔다.
일기를 쓰던 내 손에서 연필이 떨렸다
아니, 온몸이 오그라들었다
내 엉덩이가 뜨뜻해졌다
난, 그날부터 일기를 쓰지 못했다
달빛은 처연한 마당풍경을 바라보고 있었고
귀뚜라미는 밤새도록 울고만 있었다
그 날 밤
애기구름한 점 울면서 바다를 건너가고 있었다.
'내 트렁크에는 무엇이 들어있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매화꽃을 보면서 (0) | 2013.01.29 |
---|---|
산다는 것은 (0) | 2013.01.29 |
에이젠트 오렌지 (Agent Orange) (0) | 2013.01.29 |
고향 길 뱃전에서 (0) | 2013.01.29 |
2004년 4월 5일 (0) | 2013.0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