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길 뱃전에서
바다건너 멀리 보이는 산두
꼬막껍질처럼 모여 있는 집들을 보니
마음은 벌써 까까머리가 되는 구나
송희네집 담장너머에는 감꽃이 만발했었지
성문이네집 담장에는 백년초가 손을 내밀고
일렁이는 파도 속에 친구들 모습이 흩어져간다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하니, 머릿속은 온통
파도 가르는 뱃소리만 아우성이구나
맥없는 생수병 뚜껑 열고
꿀꺽꿀꺽 물 한 병을 다 마시고나니
지난 세월이 늦가을 호박넝쿨 같다는 생각뿐
그래, 굴렁쇠 돌리고 재기 차던 그때기억들은
벽장 속 곶감처럼 가끔 꺼내먹으며 살았잖겠니
멀어져 가버린 친구들 잊지 않으리
만날 수 없는 친구 찾지 않으리
허전하다는 말도 슬프다는 말도 하지 않으리
먼 곳으로 내 다시 돌아가면
가끔은, 뱃고동소리 들으러 길떠나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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