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렐지 숲에서 생긴 일 / 이시영
다리가 묶여 온 짐승은 말간 눈을 뜬 채 숲 속의 우리를 보고 매애거렸다
그러나 익숙한 솜씨의 칼잡이는 망치를 들고 다가가자
온 힘을 다해 버둥거리며 마지막 애처러운 비명을 질렀다
정수리에 일격을 가하자 염소는 묶인 다리를 심하게 떨다가 이내 잠잠해졌다
칼잡이가 재빨리 내장을 열어 염소의 숨통을 끄끊어주었다
그리고 그 동안의 수고였던 가죽옷을 벗겨내고 풀냄새가 자욱한 장들을 꺼내고
조금전까지 우리를 보고 있던 말간 눈을 감겨주었다
그리고 숲은 다시 아무 일도 없었던 겇처럼 분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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