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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이 있는 시

고니 발을 보다 / 고형렬

by 바닷가소나무 2011. 7. 11.

고니 발을 보다 / 고형렬
고니들의 기다란 가느다란 발이 눈둑을 넘어간다
넘어가면서 마른
풀 하나 건들지 않는다

나는 그 발목들만 보다가 그 상부가 문득 궁금했다
과연 나는 그 가느다란 기다란 고니들의 발 위쪽을
상상할 수 있을까

얼마나 기품 있는 모습이 그 위에 있다는 것을

고니 한 식구들이 눈발 위에서 걸어가다가 문득 멈
추어 섰다
고니들의 길고 가느다란 발은 정말 까맣고
윤기 나는 나뭇가지 같다
(그들의 다리가 들어올려질 때는 작은 발가락들이
일제히 오므라졌다
다시 내디딜 땐 그 세 발가락이 활짝 펴졌다)
아 아무것도 들어올리지 않는!

반짝이는
그 사이로 눈발이 영화처럼 날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마치 내게는 그들의 집은 저 눈 내리는 하
늘 속인 것 같았다
끝없이 눈들이 붐비는 하늘 속

고니들은 눈송이도 건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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