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그레 웃는 폼이 일품이다
고사상 위에 올라앉은 돼지머리
똥오줌 범벅의 우리 안에서
구정물에 코 박고 구차하게 연명한 목숨
죽어서 절 받을 줄 알았을까
타고난 식성으로
저승길 노잣돈도 두둑이 받아 챙긴다
잘난 체 무시하더니
제 앞에 무릎 꿇을 줄 알았다는 듯
절하는 사람들 향해 능글맞게 웃고 있다
돼지머리 편육의 유들유들한 맛은
사는 동안 속으로 삼킨 저 웃음 때문이리라
먹고 자는 일 외엔 무심한 듯 살았어도
마지막 순간, 뜨거운 피 쏟으며
스스로 웃을 줄 아는 놈만 상(床) 위에 오른다.
신혜경 | 1963년 경남 거창 출생. 2003년 『문학수첩』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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