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4 가을삽화 / 민병도 달빛을 흔들고 섰는 한 나무를 그렸습니다 그리움에 데인 상처 한잎 한잎 뜯어내며 눈부신 고요 속으로 길을 찾아 떠나는 ... ... 제 가슴 회초리 치는 한 강물을 그렸습니다 흰 구름의 말 한 마디를 온 세상에 전하기 위해 울음을 삼키며 떠나는 뒷 모습이 시립니다 눈 감아야 볼 수 있는 한 사람을 그렸습니다 닦아도 닦아내어도 닳지 않은 푸른 별처럼 날마다 갈대를 꺾어 내 허물을 덮어 주는 이 기러기 울음소리 떨다가는 붓끝따라 빗나간 예언처럼 가을은 또 절며 와서 미완의 슬픈 수묵화 여백만을 남깁니다. 2023. 10. 29. 소년 / 윤동주 소년 / 윤동주 여기저기서 단풍잎 같은 슬픈 가을이 뚝뚝 떨어진다 단풍잎 떨어져 나온 자리마다 봄을 마련해놓고 나뭇가지 위에 하늘이 펼쳐 있다 가만히 하늘을 들여다 보려면 눈썹에 파란 물감이 든다 두 손으로 따뜻한 볼을 쓸어 보면 손바닥에도 파란 물감이 묻어 난다. 다시 손바닥을 들여다 본다 손금에는 맑은 강물이 흐르고 맑은 강물이 흐르고 강물 속에는 사랑처럼 슬픈 얼굴 아름다운 순이의 얼굴이 어린다 소년은 황홀히 눈을 감아 본다 그래도 맑은 강물은 흘러 사랑처럼 슬픈 얼굴 아름다운 순이의 얼굴은 어린다. 2023. 9. 14. 추수하는 아가씨 / 워즈워드 추수하는 아가씨 - 워즈워드 - 보아라, 혼자 넓은 들에서 일하는 저 아일렌드 처녀를. 혼자 낫질하고 혼자 묶고 처량한 노래 혼자서 부르는 저 처녀를. 여기에서 잠시 쉬든지 가만히 지나가라 들으라, 깊은 골짜기 넘쳐흐르는 저 소리를. 저 처녀 무슨 노래를 부르는지 말해 주는 이 없는가.. 2018. 10. 20. 살아남아 고뇌하는 이를 위하여 2 / 칼릴 지브란 살아남아 고뇌하는 이를 위하여 2 - 칼릴 지브란 - 때때로 임종을 연습해 두게, 언제든 떠날 수 았어야 해. 돌아오지 않을 길을 떠나고 나면 슬픈 기색으로 보이던 이웃도 이내 평온을 찾는다네. 떠나고 나면 그뿐, 그림자만 남는 빈 자리엔 타다 남은 불티들이 내리고 그대가 남긴 작은 공.. 2018. 4. 9.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