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3 그대의 눈이 없다면 내 눈은 / 미켈 에르난데스 그대의 눈이 없다면 내 눈은 - 미켈 에르난데스 - 그대의 눈이 없다면 내 눈은 눈이 아니요, 외로운 두 개의 개미집일 따름입니다. 그대이 손이 없다면 내 손은 고약한 가시 다발일 뿐입니다. 달콤한 종소리로 나를 채우는 그대의 붉은 입술 없이는 내 입술도 없습니다. 그대가 없다면 나의.. 2018. 11. 23. 거두어들이지 않은 것 /프로스트 거두어들이지 않은 것 - 프로스트 - 담장 너머로 뭔가 익은 냄새 물씬 풍겨 와 늘 다니던 길 버리고 발길 더디게 하는 게 무엇인지 찾아 갔더니 사과나무 한 그루가 거기 서 있었다. 잎새 멸 개만 걸친 채 사과나무는 여름의 무거운 짐 다 벗어버리고 여인의 부채처럼 가볍게 숨 쉬고 있었.. 2018. 9. 10. 그믐밤 / 박흥순 그믐밤 첫닭 울기 전 짙은 어둠속 허공을 휘둘러 한줌 꽉 잡아 뒤 틀은 허무를, 텅 빈 가슴속으로 쑤셔 넣어본다 팅팅한 허무가 팽팽하게 부풀린다. 땀 냄새 그득그득 빈주머니 채워갈 때 여명의 길목에서서 한주먹 두 주먹 솟아오른 붉은 해, 덥석덥석 따 담았었지 나귀처럼 걷던 길 위에 .. 2017. 11. 29.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