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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이 있는 시280

돼지머리를 보며 /신혜경 빙그레 웃는 폼이 일품이다 고사상 위에 올라앉은 돼지머리 똥오줌 범벅의 우리 안에서 구정물에 코 박고 구차하게 연명한 목숨 죽어서 절 받을 줄 알았을까 타고난 식성으로 저승길 노잣돈도 두둑이 받아 챙긴다 잘난 체 무시하더니 제 앞에 무릎 꿇을 줄 알았다는 듯 절하는 사람들 향해 능글맞게 .. 2007. 11. 30.
고 무 공 / 김지하 구 무 공 김지하 옛사랑이었다 옛사랑의 거치른 숨결의 기억이 빗속으로 돌다리 떠내려오는 고무공 시뻘건 물에 배가 부풀어 죽어 시퍼런 어린애 시체 저 시체 떠내려오느 돌다리 빗속으로 오고 비 맞으며 저기서 기억이 오고 옛사랑이었다 빗줄기의 지루함 저 지루함 벗기고 벗길 수 없는 넋 속에 깊.. 2007. 11. 29.
쉬 /문인수 쉬 문인수 그의 상가엘 다녀왔습니다. 환갑을 지난 그가 아흔이 넘은 그의 아버지를 안고 오줌을 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生의 여러 요긴한 동작들이 노구를 떠났으므로, 하지만 정신은 아직 초롱 같았으므로 노인께서 참 난감해 하실까봐 “아버지, 쉬, 쉬이, 어이쿠, 어이쿠, 시원허시것다아” 농하.. 2007. 11. 24.
꼭지 / 문인수 꼭지 문인수 독거노인 저 할머니 동사무소 간다. 잔뜩 꼬부라져 달팽이 같다. 그렇게 고픈 배 접어 감추며 生을 핥는지, 참 애터지게 느리게 골목길 걸어올라간다. 골목길 까마득한 끝에 달랑 쪼그리고 앉은 꼭지야, 걷다가 또 쉬는데 전봇대 아래 그늘에 웬 민들레꽃 한 송이 노랗다. 바닥에, 기억의 .. 2007. 11.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