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서리 내린 마당 누구의 발작처럼
어디서 날아왔나 등 붉은 감잎 한 장
고향집 노을이 되어 사뿐히 누워있네
지우고 고쳐 쓰다 확 불 지른 종장(終章)같이
와와와 소리치면 금방 뚝 떨어질 듯
우주 속 소행성 하나 발그라니 물이 든다
굽 높은 그릇 위에 향기 높은 전신 공양
가만히 귀 기울면 실핏줄 삭는 소리
말갛게 고인 저 투명 문득 훔쳐 갖고 싶다
<해설>
운율이 살아있는 시조다. 감나무에 달려 있던 딱딱한 감이 부드럽고 붉은 홍시가 된다. 그 홍시를 시조로 쓰는 시인은 "지우고 고쳐 쓰다 확 불 지른 종장"같다고 표현한다.
고민 속에 몇 번이고 지우고 다시 쓰기를 반복하다 섬광처럼 다가온 마지막 언어를 찾아내 시를 완성하는 기분을 홍시에 비유한 것이다. 시인에게 홍시는 '향기 높은 전신공양'이다. 자신이 시를 쓰는 게 그러하듯.
[허연 기자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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