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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이 있는 시

청정상회 / 권현수

by 바닷가소나무 2021. 4. 16.

청솔골 공기를 파는 가게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물어물어 찾아갔다

 

신기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여서 태백산 깊은 골에서 퍼왔다는 싱싱한 공기를 한 자루 가득 샀다 자갈돌 사이로 돌아드는 계곡물 소리랑 상큼한 솔향으로 양념하고 거칠것없이 산등성이를 타고 흐르던 바람으로 간을 하였으니 그 맛이 어떠하겠느냐고 주인어른 자랑이 대단하다 성급한 마음에 얼른 한 모금 맛을 본다 단전 깊숙이 들여 마셔보니 코끝에 맺혀 있던 매연들이 우수수 떨어지고 귀지로 모여 있던 소음들이 하나 둘 보따리를 싸드니 과연 그 맛이 그만이다

 

내친 김에 욕심을 내어본다 폐 속 깊이 모여 있는 묵은 먼지랑 취장 속에 담석으로 박혀있는 화 덩어리 전두엽에 두통으로 붙어있는 쌓인 業까지 말끔히 지워줄 센바람 같은 것은 없느냐고 물어본다 주인 양반은 왜 없겠느냐고 반색을 한다 내가 산 청정풍을 압축해서 수십배로 농축한 강력 청정풍이 곧 출시될 예정인데 그 효과가 틀림없다는 것이다.

 

강력 청정풍 한 자루로 내 안의 화 덩어리 業 덩어리 말끔히 지워버릴 그 날을 기다려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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