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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다리꽃

이사

by 바닷가소나무 2020. 9. 11.

애기아빠 이것 좀 봐요

 

자지러지는 주인집 아주머니의 고함소리가

문간방의 귀청을 후려갈겼다

방문을 열고 바라보니

세발자전거를 타고 놀던

아들의 손에는

플라스틱 바가지가 들려있고

마루에서 점심을 먹고 있던

주인집 식구들은

마룻바닥의 물을 닦고 있었다

 

아니, 이마에 피도 마르지 않은 것이

꼴에 성질은 있어가지고

마당에서 자전거 타고 놀지말라고 했더니

바가지에다 물을 퍼가지고와 뿌려버려...

 

맨발로 뛰어나온 나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아들은 눈만 껌뻑이고 있었다

 

나는 아들에게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아이의 눈만 바라보며

많이 놀랐지

 

아이의 눈빛은 빛나고 있었다

주인집 강아지가 꼬리를 흔들며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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