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로 어머니를 포박했고
묶인 어머니는 먼 바다만 말없이 바라보았다
아버지는 안개 속처럼 아른거렸고
어머니는 파도소리에 묻혀 가고 있었다
먼 바다를 노려보는 내 두 주먹에는 어머니 한숨이 꽉 잡혔다
나는 씩씩거리며, 어머니 그럴 땐 손뼉을 치셔야죠
나는 알지 못했다
어머니가 왜 손뼉을 치지 않으시는지
언제부터인가 내발걸음은 새벽이슬에 젖었고
노을이지면 물동이 이고 언덕 오르는 아이가 되기도 했다
제 넘어 어머니생각에 아궁이 앞에서 비땅*을 태우기도 했다
파랗게 자라던 우물가 미나리 밭에선
참깨 꽃 같은 누이들이 시들시들 웃고 있었다
달빛이 귀뚜라미울음소리 찾아 내려오던 그 밤
파도소리는 늑대울음소리 같았다
날름날름 혓바닥 내밀며 불길은 타오르고 검은 연기가 오른다
비땅(부지깽이):전라도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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