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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한편의 詩

차라리 침묵하세요 / 밀란 쿤데라

by 바닷가소나무 2018. 11. 5.

차라리 침묵하세요


                     - 밀란 쿤데라 -


사랑에 대해서 나에게 말하지 말아요.

마치 벌레가 나무를 갈아먹듯

난 그대의말 한 마디 한 마디를 듣고 있어요.

사랑해요,사랑해요,사랑해요...... .


난 알아요.

당신의 심장이 다른 연인의 곱슬머리로

칭칭 감겨있음을.

그것이 저의 머리카락이라고 둘러대지 말아요.

난 믿지 않아요, 당신의 말은.


그대의 말은 항상

갈대숲과도 같아요.

당신은 모자를 눌러쓰고

코트에 얼굴을 파묻은 채

서둘러 그 뒤로 숨어 버리곤 하지요.

하지만 난 당신을 보고 있어요.

그 말 뒤에 숨어 있는

당신을 보고 있어요.


난 알고 있어요, 그 문을.

문 위에 새겨진 그 이름을

당신의 온몸을 떨리게 만드는

그 열정의 온도를 난 느낄 수 있어요.


난 보고 있어요.

두리번거리는 당신의 두 눈을.

부끄러움에 가득찬 겁먹은 두 눈을.


처음에 그대는 벙어리였지요.

ㅁ마치 한 마리 ㅈ작은 아기 곰처럼

사랑에 대해선 말하지 안았지요.

그대는 사랑 그 자체였은까요.


아, 나의 여인

내 사랑

제발 이젠침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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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없는 존재의 가벼움

동의어 밀란 쿤데라 다른 표기 언어 L’insoutenable légèreté de l’ètre



요약 테이블
저작자 밀란 쿤데라(Milan Kundera)

요약 사랑과 성(性), 역사와 이데올로기의 소용돌이 속에서 갈등과 반목을 거듭하는 주인공들의 방황을 통해 현대인의 분열을 묘사하고 있다. 인간의 삶과 죽음을 가벼움과 무거움이라는 이분법적 측면에서 조명하고 있는 작품이다.

네 남녀의 서로 다른 색깔의 사랑 이야기

토마스는 장래가 촉망되는 프라하의 외과 의사였다. 자식을 하나 낳은 아내와 이혼한 그는 오래 사귄 애인인 화가 사비나를 비롯해 짧게 사귄 다른 많은 애인들과 마음껏 정사를 나누고 있었다. 한편 사비나에게는 대학교수인 프란스라는 애인이 있다.

어느 날 토마스는 일 때문에 찾아간 체코의 시골 마을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는 테레자를 만난다. 테레자는 토마스를 의지해 프라하로 상경한다. 그때까지 정사를 즐기기는 했어도 여자를 자기 집 안에 머물게 하는 일이 절대로 없었던 토마스가 웬일인지 테레자와는 함께 잠드는 것이 즐겁게 느껴진다. 이윽고 테레자는 토마스의 끊임없는 부정(그에게는 많은 여자들과 육체 관계를 맺는 것이 테레자에 대한 사랑과 전혀 모순되는 일이 아니었지만)에 대한 질투로 몸과 마음이 모두 망가져 간다.

1968년, ‘프라하의 봄’을 짓밟는 소련군의 침공이 단행되었다. 토마스와 테레자는 일단 스위스의 취리히로 피신하지만, 테레자가 귀국하자 토마스도 다시 프라하로 돌아온다. 체제에 대한 협력을 거부한 것 때문에 토마스는 외과 의사라는 자격을 박탈당한다. 창문 청소부와 농장 트럭 운전수 등 여러 일자리를 전전하면서 나이가 들어 가는 토마스. 마지막에는 조용한 생활 속에서 두 사람은 진실한 사랑으로 맺어진다.

한편, 미국으로 건너갔던 사비나는 토마스의 아들 시몬으로부터 두 사람의 사고사를 알리는 편지를 받는다.

사랑, 망명 그리고 현대인의 분열

토마스와 테레자, 사비나, 그리고 사비나의 애인인 프란스가 이 작품의 주된 등장인물인데, 이 작품의 진정한 주인공은 그들을 통해 자신의 사상과 심정을 이야기하는 작가 쿤데라라고 할 수 있다.

토마스의 사랑은 ‘es muss sein’(그렇게 되어야 한다)가 아니라 ‘es könnte auch anders sein’(다른 모양이 될 수도 있는) 사랑, 곧 중압을 견딜 수 없는 가벼운 사랑이다. 테레사는 몸과 마음이 어우러질 수 없는 이중성 때문에 괴로워한다. 어디에도 연결 고리를 갖지 않는 사비나는 참을 수 없는 가벼움으로 드라마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프란스는 얕은 이해심 때문에 사비나로부터 버림을 받는다.

이에 더해 이 작품의 밑바닥에는 소련군 침공으로 상징되는 공산주의 체제의 기만성과 그로 인해 일어나는 망명 문제가 있다. 작가는 망명에 대해 “자기가 살고 있는 땅을 떠나고 싶어 하는 사람은 행복하지 않다”고 하는 한마디로(제1부 제12장) 그 비극성을 집약하고 있다.

이 이야기는 사랑과 망명과 현대인의 분열을 다룬 지극히 실제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작품 속의 명문장

“인생의 드라마는 항상 무게라는 기준으로 표현할 수 있다. 우리는 어떤 인간이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고 말한다. ······ 그런데 도대체 무슨 일이 사비나에게 일어난 것일까? ······ 그녀의 드라마는 무게의 드라마가 아니라 가벼움의 드라마였다. 사비나 위에 떨어진 것은 무거운 짐이 아니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었다.”

밀란 쿤데라(Milan Kundera)


체코 태생의 소설가이자 극작가인 밀란 쿤데라(Milan Kundera, 1929~ )는 1929년 체코 동부의 브르노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야나체크 음악원의 음악학 교수였고, 쿤데라 자신도 이 음악원에서 공부했다. 동시에 철학도 공부해 프라하음악 · 연극아카데미 영화학과를 졸업한 뒤 이 대학에서 세계 문학을 가르쳤다.

1953년 처녀 시집인 『인간 : 드넓은 정원』을 발표하고 작가로서의 생활을 시작했다. 또한 1960년 『소설의 기술』에서는 평론가적인 측면을, 1963년의 『열쇠 주인들』에서는 극작가로서의 측면을 보여 주었다. 1963년에는 단편집 『미소를 머금게 하는 사랑 이야기』를 발표했으며, 1967년에 그때까지의 그를 총결산했다고 할 수 있는 작품인 장편 『농담』을 발표함으로써 ‘체코의 귀재’로 부동의 위치를 확보했다. 1975년에 해외로 추방되어 프랑스로 이주했으며, 1978년에 발표한 『웃음과 망각의 책』 때문에 체코 시민권을 박탈당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1984년에 발표된 작품으로, 1988년 필립 카우프만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졌다.각주1)

    

밀란 쿤데라

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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