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부르는 노래
내가 부르는 노래 / 박흥순 지금도 내 가슴이 이렇게 아리는 것은, 노을 속으로 멀어져가던 당신 모습이 내 심장에 지문처럼 새겨져 버렸기 때문이다. 서리 내리고 감나무 잎 떨어지듯 당신에게서는 언제나 스산한 바람이 일곤 했었지, 아리기만 한 내 가슴에 당신은 웃으며 가시선인장이나 내밀어주었어, 봄 들녘이 그리운 나는, 볼 수 없는, 만질 수도 없는, 꽃을 가슴에 안고, 아지랑이 가물거리는 들판에서 당신의 향기를 찾아 떠돌았었지, 길 없는 산속에서 헤매기도 했었지만 그 어디에도 그대향기는 찾을 수 없었다. 구겨진 종잇장 같은 세월을 밟고 지나온 당신과 나의 사랑이, 흘러가는 구름이었거나 굽이쳐가는 강물이었다면, 나는 이렇게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 여름 내내 은밀한 그림자만 물위에 출렁이다 소슬바람 불면 뼈..
2022. 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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