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좋은날 / 오탁번
노약자석엔빈자리가없어
그냥자리에앉았다
깨다졸다하며
을지로3가까지갔다
눈을뜨고보니
내앞에배꼽티를입은
배젊은아가씨가서있었다
하트에화살꽂힌피어싱을한
꼭옛이응ㆁ같은
도토리빛배꼽이
내코앞에서
메롱메롱늙은나를놀리듯
멍게새끼마냥옴쭉거렸다
전동차흔들림에맞춰
가쁜숨을쉬는
아가씨의배꼽을보면서
나는문득생각에잠겼다
그옛날길을가다가
아가씨를먼빛으로보기만해도
왼손을바지주머니에넣고
들끓는야수를눌러야했던
내청춘이도렷이떠올랐다
공짜로지하철을타고
맨입으로회춘回春을한오늘은
참말,운수좋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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