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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송 시

운수좋은날 /오탁번

by 바닷가소나무 2024. 6. 22.

운수좋은날 / 오탁번

 

 

노약자석엔빈자리가없어

그냥자리에앉았다

깨다졸다하며

을지로3가까지갔다

눈을뜨고보니

내앞에배꼽티를입은

배젊은아가씨가서있었다

하트에화살꽂힌피어싱을한

꼭옛이응ㆁ같은

도토리빛배꼽이

내코앞에서

메롱메롱늙은나를놀리듯

멍게새끼마냥옴쭉거렸다

전동차흔들림에맞춰

가쁜숨을쉬는

아가씨의배꼽을보면서

나는문득생각에잠겼다

그옛날길을가다가

아가씨를먼빛으로보기만해도

왼손을바지주머니에넣고

들끓는야수를눌러야했던

내청춘이도렷이떠올랐다

공짜로지하철을타고

맨입으로회춘回春을한오늘은

참말,운수좋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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