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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이 있는 시

슬픔 / 임승빈

by 바닷가소나무 2014. 11. 29.

 

 

 

  

슬픔 / 임승빈

 

   어디선가 획 하고 잎 하나 진다. 가만, 은사시나무 잎이다. 문득 올려

다 본 하늘 한쪽이 그 은사시 잎 모양이다. 이번엔 소리도 없이 떡갈나무

잎이 팔랑거린다. 그래서 하늘은 또 그렇게 팔랑이는 떡갈나무 잎이다.

저만큼 산벚나무 붉은 잎들이 무수히 빗금을 그으며 떨어져 내린다.

래서 하늘은 또 그렇게 끝 간 데 없이 쓸리는 붉은 물결.

   잎이 질 때마다 하늘은 꼭 그런 나뭇잎 모양을 하고, 잎 진 하늘 속 비

로소 보이는 나무들의 미끈미끈한 아랫도리. 그렇게 드러난 아랫도리에

슬픔이 미끈미끈 젖어 흐른다.

   그렇구나, 나무들은 아랫도리에 빛나는 슬픔을 감추고 있었구나.

렇게 가려진 슬픔으로 제 키를 세우고 있었구나.

   언제나 하늘이 산 가득한 이유

   거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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