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가게 할머니 /박흥순
이수역 지하환승통로 모퉁이
겹겹의 주름을 깎아내는 할머니 손끝에서
흰 속살 내보이며 알몸이 되어가는
저, 저
남루의 가계(家系)
맨바닥에 웅크리고 앉아 시간을 깎는
지하이수 환승역 더덕할머니
당신이 벗겨가는 더덕처럼 속살 희디 흰 세월도
산골더덕처럼 푸른향 발하던 때도 분명 이었으리라
환승역은 그리 멀지 않은 것 같은데
할머니 깎아내는 주름투성이 가계모습
생(生)의 진한 향이 되어
찬바람 부는 지하 환승통로에 그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