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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가게 할머니 /박흥순

by 바닷가소나무 2013. 11. 26.

 

헛가게 할머니 /박흥순

 

 

이수역 지하환승통로 모퉁이

겹겹의 주름을 깎아내는 할머니 손끝에서

흰 속살 내보이며 알몸이 되어가는

 

 

저, 저

남루의 가계(家系)

 

 

맨바닥에 웅크리고 앉아 시간을 깎는

지하이수 환승역 더덕할머니

 

 

당신이 벗겨가는 더덕처럼 속살 희디 흰 세월도

산골더덕처럼 푸른향 발하던 때도 분명 이었으리라

 

 

환승역은 그리 멀지 않은 것 같은데

할머니 깎아내는 주름투성이 가계모습

 

 

생(生)의 진한 향이 되어

찬바람 부는 지하 환승통로에 그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