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덥습니다.
오늘은 모처럼 시간을 내어서
우리 집
조막 정원이랄까
아니면, 손바닥 꽃밭이랄까
거기에서 자라고있는 식물들의 이야기 해 볼까 합니다.
이제 막 자라기 시작하는 풋 오이입니다.
무더운 날
고향집 대청마루에 않아
오이 송송 썰고
풋고추는 툭 툭 분질러
얼음둥둥 띄운 오이국에 밀어넣고
식초 한 방울 살짝 떨어뜨리고 나면
칠게장 한 스픈 두 스픈
양재기속 보리밥위에 올려놓고
파리가 달려드는 그 보리밥
슬 슬 비벼 나가면…….
제비는 앞문에서 뒷문으로 웃으며 지나기지요.
고추
고추가 익으면 왜 빨간 색인지
오늘 생각해 보았어요
저, 하얀 미소로 여름을 맞이하고
푸르렀다가
푸르렀다가
뜨거운 햇살 속에서
가을 기다리다
가을 기다리다
열 받아서
빨게 졌나 봐요.
아직은 어린 토마토 입니다.
도시에서 먹는 토마토는
대부분이 하우스에서 재배한 토마토라 생각합니다.
노지에서 자란 토마토를 한바가지 따다놓고
대청마루에 앉아
가는 소금에 찍어 먹던 생각이 납니다.
이제 막 자라기 시작하는 열무입니다.
열무하면 생각나는
열무김치, 열무물김치, 열무김치국수
어떠세요.
고향의 어머니 생각은 나지 않으세요?
고구마 순입니다.
옛날에는 가난해서 식사대용으로 먹었는데
요즘은 귀하신 몸이 되었지요.
여성분들 다이어트에 한목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가을에 알콩달콩 이야기하는 고구마 가족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오이꽃
노란 그녀의 수줍음을 보노라면
저, 먼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살포시 미소 짓던
그녀를 보고 싶습니다.
곰 취
쌉쌀한 그에게 반해서
집으로
모셔왔습니다.
허나
아직 한번도
그 맛을 보여주지 않았답니다.
상추
아직은 너무 여리답니다.
물을 주고
잡초를 뽑아주고
따뜻한 눈길을 주고 있답니다.
그날을 위해서
앵두
저는 앵두를 보면
옛 노래가 생각나는 것 있죠,
“앵두나무 우물가에
동네처녀 바람 났다네,“
왜, 바람이 났을까요?
산머루입니다.
산머루는 순이 하고 단둘이 따러 가여 하는데…….
앵두
앵두하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쩌면, 지금 자라고 있는 앵두나무는
생각나는 사람을 잊지 말라고
어느, 이름 모를 새가
앵두씨를 물어다 놓았는지도 모릅니다.
금년 봄에 나무가 자라기 시작하더니
글쎄, 저렇게 앵두가 달려서 놀랐지 뭡니까.
호박
못생겼다
탓하지 마라
요즘 나는
여러분의 웰빙 식품으로
귀하고 귀하신 몸이다.
더덕
그 향기가 숲속을 감싸고
그 몸이
몸에 좋다하여
정중히 모셔다 놓았답니다.
나팔꽃
보랏빛 미소를
진저리치게 좋아 한답니다.
세월 저만큼 건너간
그곳에서
씨를 밭아와 피고지기를
수년
이제는, 나오는 쭉쭉 뽑고 있습니다.
너무 번창해서 다른 식물들을 보호하기 위함이랍니다.
딱,
하 나만
자라도록 하고 있습니다.
나팔꽃
그
보랏빛 미소를 여러분께도 보여 드리겠습니다.
호박이
부끄러워서
숨어있나 봅니다.
옥상정원
좁다란 옥상 정원이랄까
조막공원이랄까
아침이면 이곳에서 바라보는
유리창 넘어의 또 다른 세상으로 인해
저는
잠시 현실의 무게를 내려놓는답니다.
한 마리 새라도 날아와
즐거운 노래를 불러주는 날은
그
기분
당신에게도 나누어 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