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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7월18일 요즘 이야기

by 바닷가소나무 2011. 7. 18.
  • [Daum블로그]자갈치/ 손택수: 자갈치/ 손택수 아낙이 숫돌에 칼을 갈고 있다 횟집촌 골목 생선 배를 따던 칼날들이 녹을 벗고 은빛 날을 세운다 칼들은 생선처럼 싱싱해졌다 생선生鮮이라는 말의 배를 스윽 갈라놓을 듯 죽은 말의 살점을 다 저며놓을 듯 철선이 스윽 바다를 가르며 지..
  • [Daum블로그]흰둥이 생각 / 손택수: 흰둥이 생각 / 손택수 손을 내밀면 연하고 보드라운 혀로 손등이며 볼을 쓰 윽, 쓱 핥아주며 간지럼을 태우던 흰둥이. 보신탕집으로 내다 팔아야겠다고, 어머니가 앓아누우신 아버지의 약봉 지를 세던 밤. 나는 아무도 몰래 대문을 열고 나가 ..
  • [Daum블로그]가을 섬 / 원희석: 가을 섬 / 원희석 가을 섬에 편지를 보냈다 우표 대신 눈물을 붙였다 소금 묻어나는 사연을 적으면 글씨가 하얗게 울고 있었다 답장은 바다에서 파도가 되고 조개들은 상처로 곱게 쌓였다 차가운 모래처럼 천년을 쌓였다 기다림은 영화처럼 흐려져 갔..
  • [Daum블로그]수박씨와 파리 / 원희석: 수박씨와 파리 / 원희석 수박씨 위에 파리가 앉았다 나는 누가 살아 있는 것인지 잘 모른다 눈이 점점 멀어지고 있다 수박씨 겉면이 딱딱하다고 파리의 날개가 부드럽다고 지나가는 햇빛들은 말하지만 누가 산 것이고 누가 죽은 것인가 파리가 수..
  • [Daum블로그]어항골목 외 3편 / 안현미: 어항골목 / 안현미 고장난 가로등처럼 서 있는 사내를 지나 방금 도착한 여자의 어깨에선 사막을 건너온 바람의 냄새가 났고 이 도시의 가장 후미진 모퉁이에선 부레처럼 골목이 부풀어 올라 고장난 가로등처럼 서 있던 사내의 구두가 담기고 ..
  • [Daum블로그]치욕에 대하여 외2편 / 이성복 : 치욕에 대하여 / 이성복 치욕은 아름답다 지느러미처럼 섬세하고 유연한 그것 애밴 처녀 눌린 돼지머리 치욕은 달다 치욕은 따스하다 눈처럼 녹아도 이내 딴딴해지는 그것 치욕은 새어나온다 며칠이나 잠 못 이룬 사내의 움푹 패인 두 눈..
  • [Daum블로그]인형을 업은 한 아이를 / 이성복 : 인형을 업은 한 아이를 / 이성복 인형을 업은 한 아이를 또 한 아이가 업고 갔다 희망 고물 상 옆 희망 목욕탕, 좌판에 떡을 벌여 놓은 여인은 시름없이 파리를 쫒았다 한 사내가 아이 둘을 데리고 강가로 걸어갔다 물 속에서 ..
  • [Daum블로그] 금빛 거미 앞에서 /이성복: 금빛 거미 앞에서 /이성복 오늘은 노는 날이에요,어머니 오랫동안 저는 잠자지 못했어요 오랫동안 먹지 못했어요 울지 못했어요 어머니, 저희는 금빛 거미가 쳐 놓은 그물에 갇힌 지 오래 됐어요 무서워요, 어머니 금빛 거미가 저희를 향해 ..
  • [Daum블로그]테렐지 숲에서 생긴 일 / 이시영: 테렐지 숲에서 생긴 일 / 이시영 다리가 묶여 온 짐승은 말간 눈을 뜬 채 숲 속의 우리를 보고 매애거렸다 그러나 익숙한 솜씨의 칼잡이는 망치를 들고 다가가자 온 힘을 다해 버둥거리며 마지막 애처러운 비명을 질렀다 정수리에 일격..
  • [Daum블로그]무연고자 묘역 / 이시영 : 무연고자 묘역 / 이시영 술꾼 김정우가 결국은 거리에서 죽었다고 한다. 몇 달간의 공고 끝에 연고자가 나타나지 않자 시립묘지 무 연고자 구역에 묻혔다고 한다. 뒤늦게 대학 동기들이 그 의 무덤 자리를 알아내 일 년에 한 차례씩 모이고 ..
  • [Daum블로그]나비/ 송찬호: 나비 / 송찬호 나비는 순시가네 째크나이프처럼 날개를 접었다 펼쳤다 도대체 그에게서는 삶에서에의 도망이란 없다 다만 꽃에서 꽃으로 유유히 흘러 다닐 뿜인데, 수많은 눈이 지켜보는 환한 대낮에 나비는 꽃에서 지갑을 훔쳐내었다
  • [Daum블로그]고래의 꿈 / 송 찬 호: 고래의 꿈 / 송 찬 호 나는 늘 고래의 꿈을 꾼다 언젠가 고래를 만나면 그에게 줄 물을 내뿜는 작은 화분 하나도 키우고 있다 깊은 밤 나는 심해의 고래방송국에 주파수를 맞추고 그들이 동료를 부르거나 먹이를 찾을 때 노래하는 길고 아름다..
  • [Daum블로그]찔레꽃 / 송찬호: 찔레꽃 / 송찬호 그해 봄 결혼식 날 네가 집을 떠나면서 나보고 찔레나무 숲에 가보라 하였다 나는 겨울 앞에 앉아 한쪽 눈썹을 밀면서 그 눈썹 자리에 초승달이 돋을 때쯤이면 너를 잊을 수 있겠다 장담하였던 것인데, 읍내 예식장이 떠들썩했다 신..
  • [Daum블로그]탱자나무 울타리 속의 설법 /손택수: 탱자나무 울타리 속의 설법 /손택수 가시 끝에 탱글탱글 빗방울이 열렸다나무는 빗방울 속에 들어가물장구치며 노는 햇살과 구름,터질 것처럼 부풀어오른 새울음 소리까지를 고동 속처럼 알뜰히 뺴어 먹는다 가시 끝에 맺힌 빗방울들,가..
  • [Daum블로그]황영감의 말뚝론 / 이대흠: 황영감의 말뚝론 / 이대흠 생땅은 말이여 말하자면 처녀진디 그라고 쾅쾅 친다고 박히는 것이 아니여 힘대로 망치질하다간 되레 땅이 썽질 내부러 박혀도 금방 흐물흐물해져불제 박은 듯 안 박은 듯 망치를 살살 다뤄사제 실실 문 지르대기 땅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