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감의 말뚝론 외2편/ 이대흠
생땅은 말이여 말하자면 처녀진디
그라고 쾅쾅 친다고 박히는 것이 아니여
힘대로 망치질하다간 되레 땅이 썽질 내부러
박혀도 금방 흐물흐물해져불제
박은 듯 안 박은 듯 망치를 살살 다뤄사제
실실 문 지르대기 땅을 달래감서 박어사
땅이 몸을 내주제
그라다 인자 조깐 들어갔다 싶으면
그때부텀 기운대로 치는 거여 아먼
그라고 박힌 말뚝이라사 썩을 때까장 안 뽑히제
그래사 말뚝이제
하고댁 / 이대흠
비는 왜 피리봉 쪽에서 오는지
마흔에 혼자된 하고댁은 먹구름이 피리봉에 엎드릴 때면
나락 베던 낫 놓고 욕을 하곤 했는데
피리봉 아래 절터골에 저승살림 차린 영감
그렇게 일찌거니 딴살림차렸냐고
죽어서도 보기 싫다며 욕을 해댔는데
영감은 영감대로 부아가 났는지
침 튀겨가며 맛고함치듯 우레소리에 마을이 쩌렁거리고
벼락같이 쏟아진 비에 하고댁 몸빼가 젖고
어떨 땐 속곳까지 후줄근히 물범벅이 되었는데
그럴 때면 꼭 하고댁은
염벵 씹벵
고두마리 씹벵 잠자리 눈꾸녁
염벵 씹벵 고두마리 씹벵 잠자리 눈꾸녁
욕 노래를 부른곤 했는데
비 끝에 단풍은 피리봉부터
확확 달아오르곤 했는데
아름다운 위반 / 이대흠
기사양반! 저짝으로 조깐 돌아서 갑시다
어칳게 그란다요 뻐스가 머 택신지 아요?
아따 늙은이가 물팍이 애링께 그라제
쓰잘데기 읎는 소리 하지마시오
저번챀에 기사는 돌아가듬마는......
그 기사 미쳤능 갑소
노인네가 갈수록 눈이 어둡당께
저번챀에도
내가 모셔다드렸는디
이대흠 시인
전남 장흥출생. 서울예술대학과 조선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1994년 <창작과비평>에 <제암산을 본다>외 6편으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 <눈물 속에는 고래가 산다>, <상처가 나를 살린다> 장편소설<청앵> 등 다수.
현대시 동인상. 애지문학상 수상. 현재 <시힘>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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