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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이 있는 시

황영감의 말뚝론 외2편 / 이대흠

by 바닷가소나무 2011. 7. 18.

 

황영감의 말뚝론 외2편/ 이대흠

 

 

생땅은 말이여 말하자면 처녀진디

그라고 쾅쾅 친다고 박히는 것이 아니여

힘대로 망치질하다간 되레 땅이 썽질 내부러

박혀도 금방 흐물흐물해져불제

박은 듯 안 박은 듯 망치를 살살 다뤄사제

실실 문 지르대기 땅을 달래감서 박어사

땅이 몸을 내주제

그라다 인자 조깐 들어갔다 싶으면

그때부텀 기운대로 치는 거여 아먼

그라고 박힌 말뚝이라사 썩을 때까장 안 뽑히제

그래사 말뚝이제

 

 

하고댁 / 이대흠

 

  

비는 왜 피리봉 쪽에서 오는지

마흔에 혼자된 하고댁은 먹구름이 피리봉에 엎드릴 때면

나락 베던 낫 놓고 욕을 하곤 했는데

피리봉 아래 절터골에 저승살림 차린 영감

그렇게 일찌거니 딴살림차렸냐고

죽어서도 보기 싫다며 욕을 해댔는데

영감은 영감대로 부아가 났는지

침 튀겨가며 맛고함치듯 우레소리에 마을이 쩌렁거리고

벼락같이 쏟아진 비에 하고댁 몸빼가 젖고

어떨 땐 속곳까지 후줄근히 물범벅이 되었는데

그럴 때면 꼭 하고댁은

염벵 씹벵

고두마리 씹벵 잠자리 눈꾸녁

염벵 씹벵 고두마리 씹벵 잠자리 눈꾸녁

욕 노래를 부른곤 했는데

비 끝에 단풍은 피리봉부터

확확 달아오르곤 했는데

 

 

 

아름다운 위반 / 이대흠

 

 

기사양반! 저짝으로 조깐 돌아서 갑시다

어칳게 그란다요 뻐스가 머 택신지 아요?

아따 늙은이가 물팍이 애링께 그라제

쓰잘데기 읎는 소리 하지마시오

저번챀에 기사는 돌아가듬마는......

그 기사 미쳤능 갑소

 

노인네가 갈수록 눈이 어둡당께

저번챀에도

내가 모셔다드렸는디

 

 

 

이대흠 시인

전남 장흥출생. 서울예술대학과 조선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1994년 <창작과비평>에 <제암산을 본다>외 6편으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 <눈물 속에는 고래가 산다>, <상처가 나를 살린다> 장편소설<청앵> 등 다수.

현대시 동인상. 애지문학상 수상. 현재 <시힘>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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