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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7월17일 요즘 이야기

by 바닷가소나무 2011. 7. 17.
  • [Daum블로그]자멸의 사랑/강정: 자멸의 사랑/ 강정 조용히 내 말에서 귀를 거두시오 내 말이 불현듯 낙뢰를 타고 창가에 부서질 때, 그 부서지는 시간의 피톨들이 정녕 당신이 들어야 할 소리인지도 모르오 내 말을 믿지 마시오 차라리 내가 사레들려 헛기침을 하거나 당신이 애써..
  • [Daum블로그]고등어 연인 / 강정: 고등어 연인 / 강정 같이 고등어 살을 발라먹던 여자가 살짝 웃던 날이었다 입술에 묻은 고등어기름이 낡은 암자의 처마처럼 햇빛을 받고 있었다 사진기를 들이밀며 자꾸 웃어 보이라던 여자가 이내 눈물을 흘렸다 뱃속에 삼킨 고등어가 알이라도 까는..
  • [Daum블로그]20년 후에, 芝에게 / 최승자: 20년 후에, 芝에게 / 최승자 지금 네 눈빛이 닿으면 유리창은 숨을 쉰다.지금 네가 그린 파란 물고기는 하늘 물 속에서 뛰놀고풀밭에선 네 작은 종아리가 바람에 날아다니고, 이상하지,살아 있다는 건,참 아슬아슬하게 아름다운 일..
  • [Daum블로그]소년가장 / 최금진: 소년가장 / 최금진 밤길을 걸어 집으로 가는데 죽은 아버지 부르는 소리 얘야, 오늘은 마을에 제사가 있구나 목구멍이 빨대 같은 풀들이 피 묻은 꽃들을 혓바닥처럼 밖으로 꺼내어놓을 때 빠드득 빠드득 이빨 갈며 풀벌레가 울고 소년의 굽은 어깨 위..
  • [Daum블로그]개 / 최 금 진 : 개 / 최 금 진 커다란 눈을 가진 검둥개가 간다 골목의 긴 통로마다 대문은 열려있고 간신히 지붕을 괴어놓고 앉아 있는 오래 된 집들을 기웃거리며 개는 바닥에 고개를 떨군다 말라빠진 어깨뼈가 지탱하는 병들고 무거운 개의 몸 악착같이 그림자가..
  • [Daum블로그]달과 함께 흘러가다 / 최금진: 달과 함께 흘러가다 / 최금진 사내는 커튼을 연다 밤의 내장이 훤히 다 보이는 창문 이 집에선 참 많이도 아팠다, 사내는 옷 가방 위에 걸터앉아 방안을 돌아다본다 고장난 싱크대의 卒卒卒, 소리 아래엔 장기알 몇 개가 고여있다 뭉치..
  • [Daum블로그]간통 / 문인수: 간통 / 문인수 이녁의 허리가 갈수록 부실했다. 소문의 꼬리는 길었다. 검은 윤기가 흘렀다. 선무당네는 삼단 같은 머리채를 곱게 빗어 쪽지고 동백기름을 바르고 다녔다. 언제나 발끝 쪽으로 눈 내리깔고 다녔다. 어느 날 이녁은 또 샐 녘에사 들어..
  • [Daum블로그]꼭지 / 문인수: 꼭지 / 문인수 독거노인 저 할머니 동사무소 간다. 잔뜩 꼬부러져 달팽이 같다. 그렇게 고픈 배 접어 감추며 생(生)을 핥는지, 참 애터지게 느리게 골목길 걸어 올라간다. 골목길 꼬불꼬불한 끝에 달랑 쪼그리고 앉은 꼭지야, 걷다가 또 쉬는데 전봇..
  • [Daum블로그]쉬 /문인수: 쉬 /문인수 그의 상가엘 다녀왔습니다. 환갑을 지난 그가 아흔이 넘은 그의 아버지를 안고 오줌을 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生의 여러 요긴한 동작들이 노구를 떠났으므로, 하지만 정신은 아직 초롱 같았으므 로 노인께서 참 난감해 하실까봐 "아버지, 쉬,..
  • [Daum블로그]지네 / 문인수: 지네 / 문인수 서정춘전(傳) 어머니는 그 때 만삭에 가까웠다 아버지와 어떤 사내가 드잡이를 하고 있었다 어머니가 한사코 말리고 있었는데 그만 누군가의 팔꿈치에 된통 떠받혀 벌러덩 자빠져 버렸다 나는 태중에서부터 늑골 아래가 아파 몹시 울었다. ..
  • [Daum블로그]식당의자 / 문인수: 식당의자 / 문인수 장맛비 속에,수성못 유원지 도로가에,삼초식당 천막안에, 흰플라스틱 의자 하나 몇 날 며칠 그대로 앉아있다 뼈만 남아 덜거덕거리던 소리도 비에 씻겼는지 없다 부산하게 끌려 다니지 않으니 앙상한 다리 네 개가 이제 또렷하게 보..
  • [Daum블로그]골목 안 풍경/ 문인수 : 골목 안 풍경/ 문인수 미장원 앞 사과상자엔 또 부추가 새파랗게 자랐다. 전에 베어낸 자리가 아직 덜 아물었다. 자욱하게 소름끼친 것 같다. 그 칼자국이 밀어올린 키 위에다 소금 뿌린 듯 희고 자잘한 꽃이 피어 햇살 아래 지금 한껏 이..
  • [Daum블로그]기린 / 문인수: 기린 / 문인수 상사화 잎은 광분하듯 무성하게 솟구친다. 빈 손아귀, 어느날 또 흔적업이 사라져버렸다. 봄날의 한복판을, 뒷덜미를 겊쳤다, 놓친다. 중복도 지난 염천에 상사화 꽃대가 국기계양대만큼 길쭉하다. 불안하다.두려움도 거기 적응핳고 잔화하..
  • [Daum블로그]조묵단전(傳) / 문인수: 조묵단전(傳) / 문인수 탑 "나 늙으마 우짤꼬!" 어머니, 여든하나 연세에 아버지 먼저 보내놓고 처음 입에 담은 말씀이다. 이 무슨 걱정이냐, 똥이다. 어머니의 일생은 한마디로 똥이다. 산후풍으로 거동 못하던 할머니 수발 40년, 중..
  • [Daum블로그]배꼽 / 문인수 : 배꼽 / 문인수 외곽지 야산 버려진 집에 한 사내가 들어와 매일 출퇴근한다. 전에 없던 길 한가닥이 무슨 탯줄처럼 꿈틀꿈틀 길게 뽑혀나온다. 그 어떤 절망에게도 배꼽이 있구나. 그 어떤 희망에도 말 걸지 않은 세월이 부지기수다. 마당에 나뒹..
  • [Daum블로그]요술 놀이/박제천: 요술 놀이 / 박제천 얼마 전에 내가 구입한 플라워 캔은 만능의 요술집 눈물 한 방울 떨어트리면 천사가 나타난다 꽃씨를 한 알 넣고 흔들면 천사의 음악을 들려주는 뮤직 박스가 되고 성냥 불빛을 비쳐주면 천사가 날아다니는 비디오 걸개그림이 된다 ..
  • [Daum블로그]불을 꿈꾸며 / 조연호: 불을 꿈꾸며 / 조연호 더러운 싸전 골목길로 비둘기들이 흙먼지처럼 내려온다 . 아이들처럼 손에 흙을 묻히고 말없이 놀던 , 할아버지의 치매는 겨울나무처럼 깡마르고 적요로왔다 . 열린 문 뒤쪽이 싸한 박하사탕을 물고 보조개 가진 여자애처럼..
  • [Daum블로그]얼음불꽃 / 조연호 : 얼음불꽃 / 조연호 부지깽이 끝에 매캐한 연기가 걸려 올라온다. 겨우 입 벌린 한 송이가 되어 엄마곁엔 순산한 셋째 계집애가 누워 있었다. 손가락 다섯, 발가락 다섯, 생식기를 꼼꼼히 살피고 나서 엄마가 편히 눈을 붙였고, 누룩곰팡이가 아랫..
  • [Daum블로그]산정묘지. 19 / 조 정 권 : 산정묘지. 19 / 조 정 권 우리는 땅에서 태어나 땅에서 좌초한 인간들. 가 닿을 수 없는 높이를 강인하게 추구하다가 한기를 끌어모아 서리를 뱉어내는 겨울땅에 결국은 드러눕는 인간들. 언젠가 이른 봄 그대들이 찾아낸 새파란 ..
  • [Daum블로그]산정묘지 26 /조정권: 산정묘지 26 /조정권 하늘에다 누가 어둠을 불 질러 놓았는가! 절망이 임종하시어 하늘의 언 창살에 갇혀있다. 들판이 개 짖는 소리를 내도 하늘 쪽으로는 답장을 쓰지 않는다. 희망을 번역한 죄 산과 땅을 번역한 죄 시간을 번역한 죄 네 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