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지 / 문인수
독거노인 저 할머니 동사무소 간다. 잔뜩 꼬부러져 달팽이 같다.
그렇게 고픈 배 접어 감추며
생(生)을 핥는지, 참 애터지게 느리게
골목길 걸어 올라간다. 골목길 꼬불꼬불한 끝에 달랑 쪼그리고 앉은 꼭지야,
걷다가 또 쉬는데
전봇대 아래 그늘에 웬 민들레꽃 한 송이
노랗다. 바닥에, 기억의 끝이
노랗다.
젖배 곯아 노랗다. 이 년의 꼭지야 그 언제 하늘 꼭대기도 넘어가랴
주전자 꼭다리처럼 떨어져 저, 어느 한 점 시간처럼 새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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