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2011년 7월16일 요즘 이야기

by 바닷가소나무 2011. 7. 16.
  • [Daum블로그]저 물방울들은 / 나희덕: 저 물방울들은 / 나희덕 그가 사라지자 사방에서 물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수도꼭지를 아무리 힘껏 잠가도 물때 낀 낡은 싱크대 위로 똑, 똑, 똑, 똑, 똑...... 쉴 새 없이 떨어져 내리는 물방울들 삶의 누수를 알리는 신호음에 마른..
  • [Daum블로그]캄캄한 돌 / 나희덕: 캄캄한 돌 / 나희덕 메카의 검은 돌은원래 흰색이었다고 해요 아담과 이브가 낙원에서 쫓겨나면서손에 움켜쥐고 나온 돌,수많은 순례자들이 찾아와입 맞추고 만지는 동안고통을 빨아들여 캄캄한 돌이 되었다죠 내게도 검은 돌 하나 있어요그 돌은 한때 ..
  • [Daum블로그]푸른밤 / 나희덕: 푸른밤 / 나희덕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까마득한 밤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 네 머리 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 내 한숨과 입김에 꽃들은 네게로 몸을 기울여 흔들렸..
  • [Daum블로그]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간다 / 나희덕 : 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간다 / 나희덕 우리 집에 놀러와. 목련 그늘이 좋아. 꽃 지기 전에 놀러와. 봄날 나지막한 목소리로 전화하던 그에게 나는 끝내 놀러가지 못했다. 해 저문 겨울날 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간다. 나 왔어..
  • [Daum블로그]오래된 수틀 / 나 희 덕: 오래된 수틀 - 詩' 나 희 덕 누군가 나를 수놓다가 사라져 버렸다 씨앗들은 싹을 틔우지 않았고 꽃 들은 오랜 목마름에도 시들지 않았다 파도는 일렁이나 넘쳐 흐르지 않았고 구름은 더 가벼워지지도 무거워지지도 않았다 오래된 수틀속에서 비..
  • [Daum블로그]마른 물고기처럼 / 나희덕: 마른 물고기처럼 / 나희덕 어둠 속에서 너는 잠시만 함께있자 했다 사랑일지도 모른다, 생각했지만 네 몸이 손에 닿는 순간 그것이 두려움 때문이라는걸 알았다 너는 다 마른 샘바닥에 누운 물고기처럼 힘겹게 파닥이고 있었다, 나는 얼어죽지 ..
  • [Daum블로그]聖국밥 / 손택수: 聖국밥 / 손택수 박영근 시인 가신 날 터미널 옆 상가를 찾았더니 노숙 차림의 사내 하나가 국밥을 맛나게 두 그릇씩이나 비우고 있었다 속이 많이 출출했던지 수육 안주를 한 접시 더 시키고 소주에 맥주까지 마시며 땡땡해진 배를 한참은 더 부풀리고..
  • [Daum블로그]아무 망설임 없이/김충규: 아무 망설임 없이/ 김충규 살얼음 같은 어둠을 쪼개며 나비가 날아왔다 쪼개진 틈새로 딱딱해지지 않은 액체의 어둠이 주르르 쏟아졌다 날개가 젖어서 나비의 비행이 기울었다 관을 열고 온몸이 얼룩진 시신이 나와 나비 쪽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아..
  • [Daum블로그]옮겨가는 초원 / 문태준 : 옮겨가는 초원 / 문태준 그대와 나 사이 초원이나 하나 펼쳐놓았으면 한다 그대는 그대의 양 떼를 치고, 나는 나의 야크를 치고 살았으면 한다 살아가는 것이 양 떼와 야크를 치느라 옮겨 다니는 허름한 천막임을 알겠으나 그대는 그대의 ..
  • [Daum블로그]물억새꽃, 이제 큰일 났다 / 배한봉: 물억새꽃, 이제 큰일 났다 / 배한봉 허옇다 저 물억새꽃, 2미터가 넘는, 서걱거리는, 11월의 우포늪 물억새 숲길을 걸으며 그 물억새 몸이 발갛다는 것을 안다 발갛게 달아올랐다가 검붉게 마른 몸에서 기린 목처럼 쑥 뽑혀..
  • [Daum블로그]소리를 들려주는문자(紋章) /차 주 일: 소리를 들려주는문자(紋章) / 차 주 일 거미가 실을 잣아 영역을 넓힌다 넓힐수록 좁아드는 평생 감옥을 밤새 개간한다 밭두렁 같은 그물에 붙들린 허공에서 거미가 구름을 뜯어먹고 바람을 경작한다 부대밭 다랭이 몇으로 일가를 ..
  • [Daum블로그]오래된 농담/천양희 : 오래된 농담/천양희 회화나무 그늘 몇 평 받으려고언덕 길 오르다 늙은 아내가깊은 숨 몰아쉬며 업어달라 조른다합환수 가지끝을 보다신혼의 첫밤을 기억해 낸늙은 남편이 마지못해 업는다나무그늘보다 몇 평이나 더 뚱뚱해져선나, 생각보다 무겁지? 한..
  • [Daum블로그]맹꽁이 / 김선진: 맹꽁이/ 김선진 여름나기 힘든 아주 긴 긴 밤 애 나는 개구리보다 못나고 왜 발에는 물갈퀴마저없으며 왜 큰 머리에 몸조차 뚱뚱한가 밤만 되면 목청이 터져라 비켜가는 사람들을 잒 불러 세운다 왜! 왜! 왜 라고
  • [Daum블로그]나무는 당당하다 / 김선진: 나무는 당당하다 / 김선진 바람의 길을 몰라 늘 허둥대던 무성 했던 나뭇잎 이제 갈 길을 찾았는가 우수수 떨어진다 벗은 나무는 홀로 있어도 언제나 당당하다 한 뼘 모자라는 그리움에도 애끓지 아니하고 두 뼘 모자라는 그리움에도 눈 짓무르..
  • [Daum블로그]하현달 / 김영남: 하현달 / 김영남 어느 날 밤 마당가에서 서성이다가 나는 보고 또 보았다.바람에 날리는 달빛,돌아오지 못한 할아버지 흰 옷자락을.잠 못 든 댓잎 소리, 싸락눈도 잘게 뿌리고 있었다.그때 동네 대밭 머리 위로 떠오르던 하현달.이윽고 우리 집 신발..
  • [Daum블로그]소 / 김기택: 소 / 김기택 소의 커다란 눈은 무언가 말하고 있는 듯한데 나에겐 알아들을 수 있는 귀가 없다. 소가 가진 말은 다 눈에 들어 있는 것 같다. 말은 눈물처럼 떨어질 듯 그렁그렁 달려 있는데 몸 밖으로 나오는 길은 어디에도 없다. 마음이 한 움쿰씩 ..
  • [Daum블로그]안개 / 기형도: 안개 / 기형도 1 아침 저녁으로 샛강에 자욱이 안개가 낀다. 2 이 읍에 처음 와본 사람은 누구나 거대한 안개의 강을 거쳐야 한다. 앞서간 일행들이 천천히 지워질 때까지 쓸쓸한 가축들처럼 그들은 그 긴 방죽 위에 서 있어야 한다. 문득 저 ..
  • [Daum블로그]여행자 / 기형도: 여행자 / 기형도 그는 말을 듣지 않는 자신의 육체를 침대 위에 집 어던진다 그의 마음속에 가득찬, 오래 된 잡동사니들이 일 제히 절그럭거린다 이 목소리는 누구의 것인가, 무슨 이야기부터 해 야 할 것인가 나는 이곳까지 열심히 걸어왔었다, 시무..
  • [Daum블로그]그 집 앞 / 기형도 : 그 집 앞 / 기형도 그날 마구 비틀거리는 겨울이었네 그때 우리는 섞여 있었네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이었지만 너무도 가까운 거리가 나를 안심시켰네 나 그 술집 잊으려네 기억이 오면 도망치려네 사내들은 있는 힘 다해 취했네 나의 눈빛 지푸라기..
  • [Daum블로그]먼지투성이의 푸른 종이 / 기형도: 먼지투성이의 푸른 종이 / 기형도 나에게는 낡은 악기가 하나 있다. 여섯 개의 줄이 모두 끊어져 나는 오래 전부터 그 기타를 사용하지 않는다. '한때 나의 슬픔과 격정들을 오선지 위로 데리고 가 부드러운 음자리로 배열해주던' 알..
  • [Daum블로그]입 속의 검은 잎 / 기형도 : 입 속의 검은 잎 / 기형도 택시운전사는 어두운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이따끔 고함을 친다, 그때마다 새들이 날아간다 이 곳은 처음 지나는 벌판과 황혼, 나는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그를 생각한다. 그 일이 터졌을 때 나는 먼 지..
  • [Daum블로그]김포 하성 운호가든집에서 / 고형렬: 김포 하성 운호가든집에서 / 고형렬 이상한 집이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낙엽이 떨어져 뒹구는 외진 口字 한옥 두 남자가 설거지를 하다가 우리를 맞아주었다. 오후 5시였다. 여자는 어색하게 5호실로 들어가는 남자를 뒤따라..
  • [Daum블로그]연금술 / 김혜순: 연금술 / 김혜순 내 앞에 줄줄이 흘러내리는 이 달빛을 무쇠 가마솥에 부어 한밤내 엿처럼 고아보자 그런 다음 돌처럼 굳은 그것을 들고 가서 당신의 방문 열쇠 구멍에 딱 들어맞는 쇠붙인가 시험해보자 내 눈앞으로 줄줄이 달려온 저 산맥을 들어 대장..
  • [Daum블로그]장마 / 김혜순 : 장마 / 김혜순 귀신들은 언제나 투덜투덜, 그래요 그중에서도 억울하게 죽은 여자들이 제일 시끄럽죠 첫사랑에 빠진 귀신은 의외로 추적추적 조용하게 오고요 미친 여자 귀신은 조금 무섭게 오죠 머리칼에 번개가 붙어오니까요 호수는 그렇게 세게 두들기면..
  • [Daum블로그]고양이/ 김혜순: 고양이/ 김혜순 잠자리에 들기 전 양말 벗는데 오늘 디딘 내 발자국 하나에 쥐 한 마리씩 저 멀리서부터 줄줄이 달려오더니 통통 살이 오른 것들이 제 몸 먹어라 먹어라 하네요 나는 배불러 숨쉬기조차 어려운데 저것들 다 먹어야 잠들 수 있다니 채찍을..
  • [Daum블로그]고년! 하면서 비가 내린다 / 김영남: 고년! 하면서 비가 내린다 / 김영남 비가 내린다. 비가 떠난 그녀가 좋아하던 봄비가 내린다. 삼각지에 내리고, 노량진에 내리고, 내 창에도 내린다. 내 창에 내리는 비는 지금 고년! 미운 년! 몹쓸 년! 하면서 내린다. 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