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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이 있는 시

오래된 수틀 / 나 희 덕

by 바닷가소나무 2011. 7. 16.

 

오래된 수틀 / 나 희 덕


누군가 나를 수놓다가 사라져 버렸다

씨앗들은 싹을 틔우지 않았고
꽃 들은 오랜 목마름에도 시들지 않았다
파도는 일렁이나 넘쳐 흐르지 않았고
구름은 더 가벼워지지도 무거워지지도 않았다


오래된 수틀속에서
비단의 둘레를 댄 무명천이 압정에 박혀
팽팽한 그 시간속에서


녹슨 바늘을 집어라 실을 꿰어라
서른 세 개의 압정에 박혀 나는 아직 팽팽하다

나를 처음으로 뚫고 지나가던 바늘 끝
이 씨앗과 꽃잎과 물결과 구름은
그 통증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기다리고 있다


헝겊의 이편과 저편 건너 가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언어들로 나를 완성해다오
오래 전 나를 수놓다가 사라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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