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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7월12일 요즘 이야기

by 바닷가소나무 2011. 7. 12.
  • [Daum블로그]오래된 수틀 / 나 희덕 : 오래된 수틀 / 나 희덕 누군가 나를 수놓다가 사라져 버렸다. 씨앗들은 싹을 틔우지 않았고 꽃들은 오랜 목마름에도 시들지 않았다. 파도는 일렁이나 넘쳐흐르지 않았고, 구름은 더 가벼워지지도 무거워지지도 않았다. 오래된 수틀 속에서 ..
  • [Daum블로그]진흙길/ 손택수: 진흙길/ 손택수 길이 착 달라붙는 느낌 뭐랄까 내 발이 무슨 나무뿌리라도 되는줄 아나 나를 땅속에 아주 심어두겠다는 심사로 길 깊숙이 발을 끌어당겼다가 빼려고 하면 착 달라붙어서 떨어지질 않는 진절머리 말 마라 그런 여자가 나는 차라리 그리운가 ..
  • [Daum블로그]창녀와 천사/문정희: 창녀와 천사/ 문정희 나 요즘 창녀에 실패하고 있는 것 같다 천사이며 창녀인 눈부신 시인이 되고 싶었지만 어느 때 치마를 벗을지를 몰라 어느 벌판 혹은 어느 강줄기를 따라가야 술집과 벼락이 있는 줄을 몰라 여름 날 동안 누가 주인인지를 몰라..
  • [Daum블로그]공모(共謀)/정재학: 공모(共謀)/ 정재학 죽은 지 이틀 만에 시체에서 머리카락이 갈대만큼 자라 있었다 나와 그림자들은 시체를 자루에 싸서 조심조심 옮겼다 그림자 하나가 울컥했다 죽이려고까지 했던 건 아닌데… 나머지 그림자들이 그를 달랬다 그러지 않았다면 네가 죽..
  • [Daum블로그]못꿈 / 맹문재: 못꿈 / 맹문재 양 발바닥은 못투성이 어떤 못은 발등까지 올라와 있었다 나는 손가락을 못뽑이 삼아 이를 잡듯 하나씩 뽑기 시작한다 손댈 때마다 겨울바람을 맞는 얼굴처럼 따가워도 수박을 먹는 것처럼 시원하다 뽑아 놓은 못마다 피가 묻어 있지만 물린..
  • [Daum블로그]장엄한 저 꽃 만져보려고 / 배한봉: 장엄한 저 꽃 만져보려고 / 배한봉 해 지는 하늘에서 주남저수지로 새들이 빨려 들어오고 있다, 벌겋다, 한꺼번에 뚝뚝, 선지 빛으로 떨어지는 하늘의 살점 같다 한바탕 소란스런 저 장관 창원공단 퇴근길 같다 삶이 박아놓은 가슴팍..
  • [Daum블로그]저수지 매점/엄원태 : 저수지 매점/엄원태 저수지 옆 산길 초입에 움막을 짓고 어쩌다 오가는 산행객에 막걸리나 음료를 파는 아주머니는 곱게 늙었지만, 60줄은 좋이 들어 보인다. 그늘막 아래 앉아 나물을 다듬거나 책을 보는 게 일인데, 그 밖에 할 일이라곤 주변을..
  • [Daum블로그]누에의 꿈 / 정철훈: 누에의 꿈 / 정철훈 어느 날부터 나는 커피향이 스멀거리는 마포의 옥외 커피점에 앉아 있기를 좋아하게 되었다 실내와 실외를 구분 짓는 그 어중간한 경계에는 아무 선도 없지만 내 몸이 그 선에 얹혀 있다는 게 커피 향과 더불어 자유를 떠올리..
  • [Daum블로그]톱 연주를 듣는 밤 / 황병승 : 톱 연주를 듣는 밤 / 황병승 타오르는 촛불 아래서 나는 약혼자에게 편지를 쓰다말고 신경쇠약에 시달리는 카프카가 되었습니다 쭉정이 같은 모습으로 늙어갔을 사내 그러나 그 누구도 손가락질할 수 없을 만큼 나는 재능 있고 병들..
  • [Daum블로그]어느 목수의 집짓는 이야기 / 황학주: 어느 목수의 집짓는 이야기 / 황학주 기적처럼 바다 가까운 데 있는 집을 생각하며 살았다순서가 없는 일이었다집터가 없을 때에 내 주머니에 있는 집설계도를 본 사람 없어도집 한 채가 통째로 뜨는 창은미리 완성되어 수면에 반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