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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이 있는 시

굴욕은 아름답다 / 김윤배

by 바닷가소나무 2011. 4. 27.

굴욕은 아름답다

 

 

 

 

아우는 큰 몸뚱이를 수술대 위에 버리고

충혈된 눈을 부릅뜬 채 마취되어 있다

집도의가 가리키는 모니터에 아우의 내장이

속속들이 보인다 담낭이 제거된 자리가

검붉을 뿐 내장은 아름답다 연붉은 간덩이

사이로 흐르는 핏물은 불빛에 놀라 기포를 뱉으며 급히 몸을 숨긴다

집도의는 내시경을 움직여

내장 이곳저곳을 헤집는다

간 한 잎 뒤집으면 나타날 것 같던

만년 순경인 아우의 내심은 보이지 않는다

상사의 모멸과 질타의 말들도 피의자를 다루던

온갖 협박과 회유의 말들도 보이지 않고

서늘한 오기도 찾을 수 없다

내장은 아름다울 뿐 더러운 일상에

물들지 않았다 나는 내 가슴과 배를 쓰다듬는다

내장이 나의 손을 거부한다

담낭이 절개되고 돌들이 쏟아져나온다

강렬한 조명을 받아 돌들은 빛난다

그랬구나 내장 속에서 찾을 수 없었던

너의 내심 가슴에 맺혀

욕스러운 나날들 더욱 단단해지고

그렇게 견디어낸 아름다운 굴욕들

빛나는 돌이 되어 네 몸 속 환한

고통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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