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유금옥
산골 마을 도서관 회원들은
하얀 틀니를 끼고 오십니다
오늘은 한글 기초를 배우는 김순덕 할머니가 지각하셨는데요
이유인 즉, 세수 깨깟이 하고 농협에 돈 삼만 원 찾어러 갔는디,
그동안 배운 이름 석 자 써 먹으려고 펜대를 쓱-잡았는데, 아,
글쎄! 손가락이 벌벌 떨리고 기가 칵 막혀 서리, 그만 내 이름을
잊어 뿌랳지 뭐야!푸하하하
도서관 바닥으로 하얀 틀니가 떨어지는 중입니다
유리창 밖, 찔레꽃잎이 하얗게 흩날리는 중입니다
자신의 이름도 모르는 산새들이 가갸거겨 지저귀는 봄날입니다
<유심:2010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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