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로움
비스바와 쉼보르스카
무엇 때문에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이 한 사람인 걸까요?
나머지 다른 이들 다 제쳐두고 오직 이 한 사람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나 여기서 무얼 하고 있나요?
수많은 날들 가운데 하필이면 화요일에?
새들의 둥지가 아닌 사람의 집에서?
비늘이 아닌 피부로 숨 쉬면서?
잎사귀가 아니라 얼굴의 가죽을 덮어쓰고서?
어째서 내 생은 단 한 번 뿐인 걸까요?
무슨 이유로 바로 여기, 지구에 착륙한 걸까요? 이 작은 혹성에?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나 여기에 없었던 걸까요?
모든 시간을 가로질러 왜 하필 지금일까요?
모든 수평선을 뛰어넘어 어째서 여기까지 왔을까요?
무엇 때문에, 천인도 아니고, 강장동물도 아니고, 해조류도 아닌 걸까요?
무슨 사연으로 단단한 뼈와 뜨거운 피를 가졌을까요?
나 자신을 나로 채운 것은 무엇일까요?
왜 하필 어제도 아니고, 백년 전도 아닌 바로 이곳에 앉아서 어두운 구석을 뚫어지게 응시하며
영원히 끝나지 않을 독백을 읊조리고 있는 걸까요?
마치 고개를 빳빳이 세우고 으르렁대는 성난 강아지처럼.
* 비스바와 쉼보르스카 - 1923년 폴란드 서부 쿠르닉에서 태어나 1945년 폴란드일보에 <단어를 찾아서>로 등단. 시집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 <콜론> 등 11권을 출간. 독일 괴테문학상, 독일 헤르더문학상, 폴란드 펜클럽문학상과 1996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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