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이 있는 시
부엉이점 치는 밤 / 리 산
바닷가소나무
2015. 3. 15. 13:43
부엉이점 치는 밤 / 리 산
시산리 시기부락 꽃상여는 마을사람들이 만장을 들고 상두꾼을 맡았다 커다란 솥을 트럭에 싣고 대낮에도 전쟁 통에 죽은 귀신이 나온다는 구들재 지나 사촌들 모두 한나절 다슬기를 잡고 닭죽을 먹던 만경대는 이제는 구절초 축제장이 되었다고 한다 방학이면 외지에서 학교를 다니는 대서소집 학생 방에도 불이 켜지고 목도열병 잎도열병 예방약을 치라는 읍사무소 확성기 소리 예배당 종소리 노탱이댁 양성화 주택 이층 창가에서 바라보는 눈은 겨울 내내 칠보농협 미곡장 보안등 아래로만 내렸다 옹동면 노탱이에서 시집을 와 노탱이댁이 된 그녀 껄껄껄 크게 잘 웃고 다슬기국 민물새우 우거지국을 잘 끊이던 그녀는 지금은 강 건너 병원 중환자실에 산다 부엉이가 북쪽에서 울고 남쪽에서 여우가 울면 잘 차린 음식을 얻고 뒷산에서 울면 누가 죽는다는 이야기 부엉이 울음소리가 유난히 많이 들리는 해에는 강을 따라 흘러간 사람들이 많았다
유신 / 2015,3월호
리 산 solution28@hanmail.net / 2006년 《시안》 등단. 시집 《쓸모없는 노력의 박물관》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