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이 있는 시

경계의 다른 지점을 보다 / 김추인

바닷가소나무 2015. 3. 15. 13:38

 

 

경계의 다른 지점을 보다 / 김추인

생명의 환()

 

 

붉은 눈이 나를 보고 있다

어떤 칼이 지나갔을까

어떤 두께 없는 날이 스며들었을까

저며져 결대로 늘어선 참돔의 맨살

비늘 형상이다

 

피했다 싶은데 눈이 마주쳤는지

꼬리를 털석 들었다 놓는다

서슬에 참빗 살 같은 붉은 아가미

곁눈으로 보아도 숨을 쉬고 있다

 

문득 내 어깨 삼각근 결 사이로 회칼이 날아

찰나를 저민 듯

난데없이 어깻죽지가 서늘한데 내 모든 통점이 일어서듯

어찔한데 저럴 수가*

 

자기가 죽은 줄도 모르고 나를 보고 있다

살점들이 시끄러운 입속으로 사라지고

가시 뼈 드러나는데

뭬 대수냔 듯 호흡 고요하다

포정의 소**도 이랬을까

그 순한 눈망울로

날렵한 칼에 해체되는 제 몸을 지켜보았을까

 

 

* 물고기는 압점(壓點)만 있고 통점(痛點)이 없다. 해서 포를 뜬 후에도 한동안 숨을 쉬고 움직인다.

** 장자》 〈양생주편에 나오는 소 도축 기술이 도()에 이르렀다는 백정.

 

 

유심 / 2015.3월호

 

김추인 cikim39@hanmail.net / 1986현대시학등단. 시집 모든 하루는 낯설다》 《전갈의 땅》 《프렌치키스의 암호》 《행성의 아이들8집까지 상재. 만해 작품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