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이 있는 시

月出 / 김혜순

바닷가소나무 2013. 11. 26. 07:56

月出 / 김혜순

 

 

 

밤하늘이 시커먼 우물처럼 몸을 숙였다

그 속으로 별들이 떨어져갔다

무한정 떨어지고 떨어져갔다

저 멀리서 여자의

치마 끝자락이 하늘 우물까지

당겨져 올라갔다

파도의 검푸른 옷자락도

숨막혀 숨막혀 뛰어올랐다

여자의 몸이 하늘 우물 속으로 치솟아

더 높게 더 높게 공중으로

떨어져갔다

 

 

새들은 잠 깨어 어두운 나뭇가지에 앉아 있었다

그 중 한 마리가 비명을 내지르자

밤의 샅이 찢어지고 비릿한 피가 새어나왔다

 

 

여자의 몸이 활처럼 휘고

뜨겁게 젖은 뿌우연 살덩어리가

여자의 숲 아래로 고개를 내밀었다

파도의 검푸른 옷자락이 여자를 덮어주었다

여자는 지금 마악 낳은 아기를 배 위로 끌어올렸다

땀 젖은 저고리를 열고 물컹한 달을

넣은 다음 고름을 묶고 젖을 물렸다

기슭 아래 밤의 나무들이 그제야

푸르르 참았던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