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이 있는 시

개펄 / 이재무

바닷가소나무 2013. 11. 26. 07:55

개펄 / 이재무

 

사내는 거친 숨을 토해놓고 바지춤 올리고

헛기침 두어번 뱉어 내 놓고는 성큼

큰 발걸음으로 저녁을 빠져 나간다

팥죽 같은 식은 땀 쏟아내고는 풀어진

치마말기 걷어 올리며 까닭없이

천지 신령께 죄 스러워서 울먹거리는

불임의 여자, 퍼런 욕정의 사내는

이른 새벽 다시 그녀를 찾을 것이다,

냉병과 관절염과 디스크와 유방암을

앓고있는 여자, 그으름 낀 울음소리

이내가 되어 낮고 무겁게 마음을 덮는다

한 때는 그 누구보다 몸이 달고 뜨거웠던

우리들 모두의 여자였던 여자

생산으로 분주햇던 물기 촉촉한 날들은

가고 메마른 몸 속에 온갖 질병이나 키우며

서럽게 늙어가는 페경기 여자

그녀는 이제 다 늦은 저녁이나 이른 새벽

지치지도 않고 찾아와 몸을 탐하는

사내가 노엽고 무서워진다

그 여자가 내민 밥상에서는 싱싱한

비린내 대신 석유내가 진동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