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이 있는 시

달이 빈방으로 / 최하림

바닷가소나무 2013. 11. 3. 11:06

달이 빈방으로 / 최하림

 

 

달이 빈방으로 넘어와

 

누추한 생애를 속속들이 비춥니다

 

그리고는 그것들을 하나하나 속옷처럼

 

개켜서 횃대에 겁니다 가는 실밥도

 

역력히 보입니다 대쪽같은 임강빈 선생님이

 

죄 많다고 말씀하시고.누가 엿들었을라,

 

막 뒤로 숨는 모습도 보입니다 죄 많다고

 

고백하는 이들의 부끄러운 얼굴이 겨울 바람처럼

 

우우우우 대숲으로 빠져나가는 정경이 보입니다

 

모든 진상이 너무도 명백합니다

 

나는 눈을 감을 수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