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이 있는 시
추석 무렵 / 김남주
바닷가소나무
2011. 7. 22. 11:46
추석 무렵 / 김남주
반짝 반짝 하늘이 눈을 뜨기 시작하는 초저녁
나는 자식놈을 데불고 고향의 들길을 걷고 있었다
아빠 아빠 우리는 고추로 쉬하는데 여자들은 엉덩이로 하지?
이제 갓 네살 먹은 아이가 하는 말을 어이 없이 듣고 나서
나는 야릇한 예감이 들어 주위를 한 번 쓰윽 훓어 보앗다 저만큼
고추밭에서
아낙 셋이 하얗게 엉덩이를 까놓고 천연스럽게 뒤를 보고 있었다
무슨 생각이 들어서 그랬는지
산마루에 걸린 초승달이 입이 귀밑까지 째지도록 웃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