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이 있는 시

고등어 연인 / 강정

바닷가소나무 2015. 2. 25. 06:46

 

고등어 연인 / 강정

 

 

같이 고등어 살을 발라먹던 여자가 살짝 웃던 날이었다

입술에 묻은 고등어기름이 낡은 암자의 처마처럼 햇빛을 받고 있었다

사진기를 들이밀며

자꾸 웃어 보이라던 여자가 이내 눈물을 흘렸다

뱃속에 삼킨 고등어가 알이라도 까는지

물컹물컹 낯선 감정들이 몸 안에 물길을 내고 있었다

여자는 입술을 핥던 혀로 내 얼굴을 핥았다

땀인지 눈물인지 모를 물기가 심장에 넘쳐흘렀다

여자는 일그러진 내 얼굴을 향해 연신 셔터를 눌렀다

시간이라는 평상에 톡톡 금이 가고 있었다

발라낸 고등어 뼈를 냄새 맡던 고양이와

고등어 냄새를 물씬 풍기는 내가 한 프레임 안에

여자의 밥이 되었다

갈라진 평상 위에서 여자가 파랗게 웃고 있었다

내 심장을 꺼내 햇볕 아래 펼쳐놓고 있었다

먼 나라에서 돌아오는 대한항공 여객기의 비행운이

지구 밖의 시간을 떨어뜨렸다

배부른 고양이가 화들짝 놀라 잠을 깨던

지상의 마지막 오후,

여자가 찍은 풍경들이 새로운 어족의 표본으로 떠올랐다

하늘을 나는 고등어를 우리는 사랑이라 부르기로 하며 긴 슬픔을 우렸다

처음 마주한 밥상에서 서로에게 서로에게 영원한 미지로 남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