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이 있는 시

집중 / 복효근

바닷가소나무 2011. 7. 11. 16:21

집중 / 복효근

 

 

 

매미 한 마리가

한낮을 온통 점령해버렸다

그 울음 한번 깊다

서늘하다

아파트 한 채가 거기에 잠겨 섬처럼 존다

지금 매미는 할 줄 아는 게 그것밖에 없다

해야 하는 것도 그것밖에 없다

곡비처럼 운다

그것밖에 없다는 것이 매미의 울음을 그리 깊게 하였겠구나

매미는 하마 그리운 것의 그 끝에 닿았겠다

폭포를 뚫는 소리꾼의 독공처럼

하는 것이 그것밖에 없어도 좋겠다

저 울음 가락에 장단 넣으려는 듯

하늘엔

소리북 같은 낮달이 하나

 

 

2007년 열린시학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