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이 있는 시

산불 / 오세영

바닷가소나무 2011. 7. 11. 16:12

산불 / 오세영

 

 

 

꽁초,

함부로 버리지 마라.

온전히 연소해 재가 되지 않는 불은

한을 갖는 법

길바닥에 내팽개쳐 짓밟히기보다는

차라리

그대 가슴 까맣게 불태우리라.

한 때 농락의 대상으로 달아올랐던 몸.

아직 채 식지 않은 관능.

입술로 자근자근 씹고 혀로 살살 애무하다가

차창 박으로 휙 내뱉은 꽁초하나

일을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