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소나무 2010. 9. 18. 18:23

 

 

오동꽃 / 윤동재

 

 

도봉산을 내려오는데

누구 불렀습니다

누군가 했더니

오동나무였습니다

연보라빛 꽃등을

온 몸에 주렁주렁 달고

저녁 어스름을

밝히고 이었습니다

 

오동나무는 내게

꽃등을 모두

가져가라 했습니다

나는 꽃등을

하나씩

눈으로 따 내려

마음속에다

집어 넣었습니다

 

그리고는 도봉산역에서

전철을 타자마자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오늘 저녁엔 전깃불 대신

오동꽃 꽃등으로

집안을 밝혀 보라고

식구들의 가슴도

환하게 밝혀 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