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이 있는 시

담양 한재초등학교의 느티나무

바닷가소나무 2010. 8. 22. 20:19

담양 한재초등학교의 느티나무 

 

                                          고재종 

 

어른 다섯의 아름이 넘는 교정의 느티나무,

그 그늘 면적은 전교생을 다 들이고도 남는데

그 어처구니를 두려워하는 아이는 별로 없다.

선생들이 그토록 말려도 둥치를 기어올라

가지 사이의 까치집을 더듬는 아이,

매미 잡으러 올라갔다가 수업도 그만 작파하고

거기 매미처럼 붙어 늘어지게 자는 아이,

또 개미줄을 따라 내려오는 다람쥐와 

까만 눈망울을 서로 맞추는 아이도 있다.

하기야 어느날은 그 초록의 광휘에 젖어서 

한 처녀선생은 반 아이들을 다 끌고 나오니

그 어처구니인들 왜 싱싱하지 않으랴.

아이들의 온갖 주먹다짐, 돌팔매질과 칼끝질에

한군데도 성한 데 없이 상처투성이가 되어 

가지 끝에 푸른 울음의 별을 매달곤 해도

반짝이어라, 봄이면 그 상처들에서 

고물고물 새잎들을 마구 내밀어

고물거리는 아이들을 마냥 간질여댄다.

그러다 또 몇몇 조숙한 여자아이들이

맑은 갈색 물든 잎새들에 연서를 적다가 

총각선생 곧 떠난다는 소문에 술렁이면 

우수수, 그 봉싯한 가슴을 애써 쓸기도 하는데, 

그 어처구니나 그 밑의 아이들이나 

운동장에 치솟는 신발짝, 함성의 높이만큼은 

제 꿈과 사랑의 우듬지를 키운다는 걸

늘 야단만 치는 교장선생님도 알 만큼은 안다.

아무렴, 가끔은 함박눈 타고 놀러온 하느님과 

상급생들 자꾸 도회로 떠나는 뒷모습 보며

그 느티나무 스승 두런두런, 거기 우뚝한 것을.  

 

 

 

 

 

 

1957년 전남 담양 수북 출생 1984년

[실천문학 신작시집]에 시 <동구밖 열두 식구> 등을 발표하며 등단

1993년 제11회 신동엽창작기금을 받음

 2001년 제16회 소월시문학상 수상 시집 <바람부는 솔 숲에 사랑은 머물고>, <새벽들>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