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죽이기 /데라야마 슈지
어린 시절부터 나는 꽃을 싫어했다. 꽃에는 소녀의 순정과 연상의 여인의 욕정이 뒤섞여 있어, 도저히 내가 감당할 만한 것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꽃이 누구에게나 사랑받는다는 점에서도 질투를 품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와 몇몇 꽃과의 만남을 떠올릴 때면 그리움보다도 두려움이 솟아오르는데, 그 일들을 추억으로 남기기보다는 글로 써버리도록 하겠다.
장미 죽이기
지중해 동부 연안의 주민들에 의해 재배된 장미는 프랑스인에 의해 “순결”의 호칭을 갖게 되었다.
장미를 재배하며 자신들의 사랑의 이야기를 키웠던 사람들은 그리스의 로도스 섬을 시작으로 하여 그 수가 적지 않다. 장미는 시들기 전에 항아리에 담겨지고 땅 속에 묻히고 그것을 찾아내는 말은 시가 되어 갔다.
도를레앙은 “장미항아리를 찾아낼 말을 남에게 퍼뜨리지 마오.” 라고 시를 썼다.
그건 그렇고 나의 15살 시절, 나는 새빨간 장미를 바라보던 사이에 어쩐지 그 붉음에 홀리고 말아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말았던 것이다. 늦은 밤, 나는 홀로 일어나 정원의 장미를 따고는 부엌으로 숨어들어가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도록, 살짝 냄비에 물을 끓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장미꽃을 그 속에 던져 넣고 꽃의 붉음이 바짝 졸아드는 새벽녘까지 불 곁을 지켰다.
처음, 나는 그 장미의 붉은 즙을 직접 마셔버릴 작정이었다. “장미의 흡혈귀”가 되는 환상에 홀로 달아올랐던 것이다.
하지만 아침이 되어 바라본 그것은 너무나도 독해보였기에, 마시길 포기하고 작은 병에 담아 어머니에게 가져갔다. 그리고 말했다.
“이거 정말 좋은 루즈래요. 성 그레고와르 향수가 들어 있다던데.”
의아해하는 어머니를 반강제로 속여 그 입에 장미를 끓인 즙의 붉음을 루즈처럼 칠하게 하자 어머니의 입술은 피라도 빤 듯 독한 빨강이 되어가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나는 기쁜 듯이 말했던 것이다.
“엄마 오늘 너무 예뻐!”